전등사의 나부(裸婦)에게도 봄이 찾아왔건만
봄은 왔건만 세상이 너무 어지러워 봄을 느낄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는데
강화쪽에 갈 일이 있어 30여년 전의 잊지못할 추억도 되새길겸 전등사를 찾았습니다
날씨는 약간 쌀쌀하였지만.. 밤과 아침에 조금 내린 비 때문에 맑아진 시야와
신선해진 공기가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전등사의 곳곳을 돌아보았습니다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11년(381)에 '아도화상'이 창건한 절로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확실치는 않다고 합니다
처음 세워진 사찰은 두차례의 큰 화재로 완전히 소실되고 조선시대인 1621년부터 1876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중수를 하여 지금의 건물들이 갖추어졌다고 합니다
창건 당시는 '진종사'라고 하였는데 1282년 고려 충렬왕의 비인 정화공주가
승려 인기를 송나라에 보내 대장경을 가져오게 하고 이 대장경과 함께 옥으로 등을 만들어
이 절에 헌납한 후부터 '전등사'로 고쳐 불렀다고 합니다
전등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약사전 건물과 범종이 있었습니다
경내로 들어가기 전.. '죽림다원'에 들려 차를 한잔 마셨다
찻집의 커튼
찻집 창문살 사이로 보이는 풍경
오미자 차와 나를 매혹시킨 찻잔속의 간결한 그림
경내로 들어가기 위하여 거치는 '대조루'의 돌계단
대웅전 앞뜰 - 초파일등을 벌써 접수받고 있었다
대웅전 - 보물 제178호
대웅전 건물 네귀퉁이 처마 들보에 있는 나부(裸婦)상
대웅전을 짓던 도편수는 아랫마을 주모와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고 한다
알콩달콩 사랑에 빠진 도편수는 노임으로 받은 돈까지 그녀에게 맡길 정도로 마음을 주었으나
돈에 눈이 먼 주모는 불사가 끝날 무렵 돈을 챙겨 줄행랑을 놓았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어야 하는 도편수는 상심한 마음을 안고 도망간 주모가 영원히 고통속에 있도록
벌거벗은 몸으로 눈.비.바람이 몰아치는 모진 세월을 꼼짝없이 무거운 추녀를 받치고 있는
나부상으로 주모를 조각해 4곳의 처마 들보에 끼워 넣은 것이다
벌서고 있는 나부상은 도편수가 주모에게 가졌던 증오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매일 들어야 하는 염불소리를 들으며 참회하라는 마지막 사랑의 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자승인가?... 대웅전 아래에 서있는 3개의 나무조각
사찰에 가서는 불자는 아니지만 꼭 대웅전 내부를 보고 온다
탱화와 함께 보는 대웅전의 부처님 모습은 사찰마다 틀린 독특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경내 한쪽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느티나무 - 수령 약400년 추정
보물 제393호 범종이 있는 '범종각'
이 범종은 중국 송나라 때(1097년) 회주 숭명사에서 무쇠로 만든 중국종이다
범종각 앞에 조각되어 있는 '달마'
'극락암'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의 아름다운 모양이 발길을 유혹한다 (출입금지 구역)
제를 지낸 후 옷을 태우고 있는 스님
내가 사찰을 즐겨 찾는 이유는.. 자연적인 요소도 있지만
아름다운 한국의 건축미(특히 처마곡선)를 꾸밈없는 모습으로 볼수 있기 때문이다
전등사 뒷뜰에 있는 돌담
죽림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나무학과 너와지붕의 모습이 아름답다
고목에 있는 구멍사이로 본.. 학솟대와 향로전
봄은 왔건만.. 포근한 바람과 함께 봄은 왔건만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찬바람이 머물고 있는듯 합니다
처참한 자연 재해와.. 욕심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속에서
고귀한 생명들이 희생되고 있는 사태가 하루 빨리 진정되기만을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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