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의 돌담

해외여행/유럽

스위스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

돌담* 2019. 1. 24. 17:04



여행을 하다보면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종종 생긴다

대부분 부주의로 잃어버리지만

나의 경우는 손에 몇 가지를 들고 있어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여행을 갈 때 좀 괜찮은 사진을 찍으려고 무거운 DSLR 카메라를 갖고 가기에

손에 카메라, 선글라스 또는 메모노트를 함께 지니고 있을 때가 있는데

이럴 경우 사진을 찍은 후에 손에 들었던 물건을 놓고 올 때가 간혹 있다.


그러면.. 물건을 두고 온 후 다시 찾으러 갔을 때의 결과는 가지각색

일반적으로 아시아권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1.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물수건으로 땀을 딲으려고 잠시 풀러 놓았던 시계를

    카운터에서 계산을 한 후 아차..하고 다시 테이블로 갔으나

    시계는 보이지 않고 종업원 어느 누구도 시계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2. 사람도 별로 없는 유적지에서 사진을 찍고 조금 이동을 하다가

    선글라스를 놓고 온 것을 알고 되돌아 갔으나 벌써 선글라스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스위스 여행에서 잊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마을에 들리려고 찾은 쿠어 Chur 에서 생긴 일이다

하이디 마을에서 하이킹을 하려고 전날 마트에서 점심으로 먹을 재료들을 사서

4인분의 샌드위치. 물. 과일. 요거트 그리고 따뜻한 커피가 들은 보온병을 작은 가방에 넣고

아침에 숙소 앞에서 1번 버스를 탔는데 부주의로 버스 안에 이 가방을 두고 내렸다

버스에서 내린 다음에 바로 열차를 탔는데 이때 가방을 두고 내린 것을 알았다 


바드 라가츠와 하이디 마을을 돌아보고 쿠어에 다시 돌아온 시각은 늦은 오후

어쩔 수 없이 숙소로 갔지만 가방 안에 든 음식물들은 괜찮았지만

스위스에 가면 꼭 사려고 한국에서부터 점찍어 놓은 보온병을..

루체른에서 사서 오늘 처음 사용해본 보온병을.. 아내가 많이 아쉬워했다


이튿날은 스위스를 굿바이하고 이탈리아로 가는 날이었다

쿠어에서 출발하는 베르니나 특급열차는 미리 예약을 해 놓은 상태이기에

숙소에서 1번 버스를 타고 중앙역으로 향하는데 어제 잃은 가방이 생각났다

음식이야 상관없지만 예쁜 빨간 보온병 때문에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 아내 때문에

중앙역에 도착하기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기사(여)에게 다가갔다


나 : 실례, 내가 어제 이 1번 버스에 작은 가방을 두고 내렸는데 찾을 수 있을까?

여기사 : 언제 잃었는데?

나 : 오전 9시쯤

여기사 : 그러면 중앙역에서 ㅇㅇㅇㅇ →ㅇㅇㅇㅇㅇ →ㅇㅇ →..... 알아 들었어?

나 : 미안, 못 알아 들었어. (이때 알아 들었다고 하고 버스에서 내렸으면 가방을 찾지 못했다)


여기사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몇 명 앉아 있는 승객에게 무어라고 말을 한 후

버스에서 내려 나보고 따라오라고 한 후 뛰기 시작하였다. (이 정류장이 중앙역이었슴)

함께 뛰어 도착한 곳은 중앙역 지하에 있는 버스 분실물 센터

그러나 문에 오전 9시 Open 이라는 글씨가 보였고 이 때의 시간은 오전 8시.. 베르니나 특급열차의 출발시간은 8시32분이었다


나 : 나는 8시32분 열차를 타고 이탈리아로 가야해


둘은 다시 뛰어 버스로 돌아왔는데 나는 승객들에게 무지 미안하였다

여기사는 버스에 비치되어 있는 전화로 어느 곳과  통화를 하더니


여기사 : 가방이 무슨 색이야?

나 : 옅은 보라색

여기사 : 뭐가 들어 있어?

나 : 4인분 식사 - 샌드위치와 과일. 물. 요거트 그리고 빨간색 보온병


여기사는 다시 통화를 하고 기다리고 또 통화를 하더니


여기사 : 건너편 정류장으로 가서 5분 정도 기다리면 6번 버스가 올거야.. 그리고 그 버스기사가 네 가방을 줄꺼야


나는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여기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승객들에게도 미안했고 고마왔다고 말을 하고 버스에서 내려 길 건너편 정류장에 가서 기다렸더니

정말 5분 쯤 지난 후에 6번 버스가 도착하였고 그 버스의 기사가 나에게 잃어버렸던 가방을 웃으며 건네주었다

가방 안에는 음식이 그대로 들어 있었고 보온병도 들어 있었다

기분이 좋아 잠시 정류장에서 내용물들을 보고 있는데 내 가방을 찾아준 여기사가 운전하는 그 1번 버스가 다시 정류장으로 들어왔다

순환구간에서 돌아서 다시 온 모양이었다. 나는 감사를 표하고 싶어서 무엇을 줄까, 생각하다가 

내 카메라 가방에 마스코트로 달고 다니는 작은 장구와 한국 인형을 떼어 버스에 올라 그 여기사에게 주었다

처음에는 사양을 하더니 고맙다면서 웃으며 받았다.


이렇게 스위스는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었고

평소.. 여행지 중에 제일 좋아하는 스위스가.. 이번 일로 더욱 최고의 여행지로 내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 ^^



       쿠어 Chur 1번 버스